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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아빠의 손 편지 7 - 2022년 10월 31일딸에게 보내는 아빠의 손편지 2022. 11. 7. 17:31
1086일의 내 사랑 베이비 미스 금땡에게
서현아~ 안녕?
아빠가 안녕이라고 인사했지만, 오늘은 슬픈 소식으로 가득한 날이야.
어제 이태원에서 큰 참사가 있었거든.
할로윈 데이를 맞아 많은 오빠 언니들이 이태원에 몰렸고,
좁은 골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엉켰다가 쓰러지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어.
아빠는 어제 아침에 엄마가 보여준 기사로 사고를 처음 접했는데,
기사 속 사진이 현실감이 너무 없어서 한참동안 사진을 쳐다보았어.
젊은 언니 오빠들이 일렬로 죽 누워 있었는데,
아빠는 처음에는 단체로 동일한 동작을 하는 플래쉬 몹으로 이해했었어.
그 만큼 현실적이지 않은 모습이었어.
TV를 켜고 뉴스를 보고 나서야 밤 사이에 벌어진 현실임을 깨달았지.
엄마는 밤에 그 소식을 접하고 밤새 잠 한숨 자지 못했다고 해.
너무나 황망하고 안타깝고 무서운 사고였어.
너무나 많은 부모님들이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 딸을 순식간에 잃었어.
아빠는 그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두렵고 마음이 아파.
부모님을 잃은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어.
시기에 따라서는 호상이라는 말로 덕담(?)을 건넬 수도 있지.
유족들도 너무나 슬프지만, 시간의 순리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어.
그렇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아.
그리고 그 마음이 어떨지 정말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이태원 참사를 보고 엄마가 아빠에게 물었어.
나중에 서현이가 크면 통금 시간을 정할 거냐고.
아빠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은 터라 모르겠다고 답을 했는데...
저녁에 오신 할머니도 아빠에게 묻는 거야.
아빠라면 서현이가 할로윈 데이에 코스프레를 하고 나가는 걸 허락할 거냐고.
할머니가 아빠에게 묻고 나서 생각하다가 아빠의 젊은 시절 일이 생각났어.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온당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아빠의 가치관이니까 이야기할게.
2022년 현재도 그렇고, 서현이가 중고등학교만 가도 귀걸이를 한 남자들이 많을 거야.
그렇지만 아빠가 군대를 전역한 1995년에는 남자가 귀걸이를 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아주 드문 일이었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일까 생각될 만큼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던 때였어.
그런 시절에 아빠는 할머니에게 귀걸이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할머니는 아빠에게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셨어.
“너는 피부가 안 좋으니 귀를 뚫을 거면 나중에 엄마랑 같이 가서 순금으로 뚫자”
할머니는 아빠에게 된다, 안된다 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결국 아빠는 할머니와 함께 귀를 뚫으러 갔지.
이런 교육관은 할아버지도 비슷했어.
아빠가 어린 시절에는 만화책을 본다는 건 아주 나쁜 행위에 가까웠어.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면 불량한 아이로 취급하기도 했고,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면 빼앗아서 찢어버릴 만큼
만화책을 아주 불온한 서적이라고 여겼었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만화책도 책”이라면서 아빠에게 만화책을 사 주셨어.
아빠 어린시절에는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 보물섬 등 소년 잡지도 많았는데,
할아버지는 이 소년 잡지들을 모두 사 주셨어.
그리고 아빠의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에는 전집으로 된 만화책도 사 주셨지.
아빠는 소년잡지와 다양한 만화책을 보면서 또래 친구들보다 상식이 많은 편이었고,
그만큼 상상력도 풍부해졌던 것 같아.
아빠가 지금 서현이가 아침에 키즈랜드를 보게 두는 것도 아빠의 이런 경험 때문이야.
아빠는 동영상 콘텐츠를 보며 서현이가 배우는 것도 많다고 생각하거든.
다시 엄마랑 할머니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아빠는 할로윈 데이에 코스프레를 하고 이태원에 가겠다고 하면 허락할 거야.
단, ‘엄마랑 아빠가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겠다는 걸 서현이가 받아들이면’ 이라는 전제가 있어.
서현이가 컸을 때도 여전히 유명할 지 모르겠지만 ‘박진영’ 이라는 가수가 있어.
박진영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춤에 미쳐서 나이트 클럽을 다녔다고 하는데,
부모님께 나이트 클럽에 가고 싶다고 하면 아버지가 나이트 클럽까지 데려다 주었대.
정해진 시간에 데리러 올 테니 그때까지 신나게 놀라면서...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거든.
아빠는 서현이가 신나게 놀고, 귀가는 엄마 아빠랑 오붓하게 했으면 좋겠어.
엄마 아빠랑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아빠는 서현이가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해.
2022년 10월 31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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